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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 푸른 물결에 엽전을 던져 한양 거상의 곳간을 통째로 턴 봉이 김선달의 묘책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조선 순조 임금 시절, 평안도 평양성 대동강 나루터에는 아침마다 기괴한 풍경이 펼쳐졌더랍니다. 갓을 비스듬히 쓴 멀끔한 사내가 강가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물을 길으러 오는 물장수들에게 엽전 한 푼씩을 꼬박꼬박 받아 챙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강 건너 산천이 제 것이라 우기는 미친놈인가 싶었지만, 사내의 눈빛만큼은 새벽 서릿발처럼 서늘하고 매서웠지요.그 사내의 이름은 김인홍, 세상 사람들은 닭을 봉황이라 속여 팔았다 하여 그를 ‘봉이 김선달’이라 불렀더랍니다. 과거 길목이 막혀 세상을 비웃으며 팔도를 유람하던 선달이었지만, 불의를 보면 도저히 배알이 뒤틀려 참지 못하는 괴짜 기인이었지요.탐욕으로 부푼 한양 상인의 콧대그 무렵 한양 운종가에서 고리대금과 매점매석으로 악명이 자자..

인물야담 14:20:00

궤짝 밑에 숨겨진 엽전 한 닢이 밝혀낸 참봉 나리의 추악한 거짓말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영조 대왕 시절, 충청도 홍주 땅의 한 주막거리에서 대낮부터 서슬 퍼런 곡소리가 터져 나왔더랍니다."내 피 같은 삼백 냥을 훔쳐 가고도 발뺌을 하느냐! 저놈의 다리몽둥이를 당장 분질러라!"포졸들에게 멱살을 잡힌 채 질질 끌려가던 사내는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목이 터져라 결백을 외치고 있었지요.억울하게 도둑으로 몰린 품팔이꾼끌려가는 사내의 이름은 김덕삼으로, 늙은 홀어머니를 모시며 남의 집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심성 고운 품팔이꾼이었습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루 품삯을 모아 어머니의 천식 약을 짓는 것뿐이었지요. 반면 그를 도둑으로 몬 자는 고을에서 소문난 구두쇠이자 토호인 배 참봉이었습니다. 배 참봉은 욕심이 끝이 없어 소작인들의 피고름을 짜내기로 악명이 자자한 자였지..

빈 서당의 글 읽는 귀신과 장원급제한 벗의 피 묻은 벼루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비바람이 사납게 몰아치던 밤이었습니다. 경상도 안동 외딴 산자락, 버려진 서당 문창살 너머로 은은한 등불이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자왈,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십 년도 넘은 흉가에서, 낭랑한 글 읽는 소리가 서늘한 바람을 타고 골짜기에 울려 퍼졌더랍니다.비 내리는 밤의 기이한 글소리숙종 임금 시절, 과거 길에 올랐던 남양 홍씨 가문의 선비 홍진우는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피해 산속 폐서당으로 뛰어들었습니다.추위에 떨며 불을 지필 곳을 찾던 진우는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글소리에 숨을 멎었습니다. 조심스레 창호지 구멍으로 안을 엿보자, 창백한 얼굴에 해진 백립을 쓴 청년이 낡은 목판본을 앞에 두고 홀로 책을 낭독하고 있었지요.인기척에 고개를 든 청..

기담·괴담 14:02:07

빚문서를 태워 버린 가난한 선비와 궤짝 속에서 나온 붉은 장부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이놈, 내 은 백 냥을 떼먹고 네놈 딸년을 온전히 시집보낼 줄 알았더냐!"늦가을 찬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던 한양 마포나루의 허름한 주막 앞, 한 사내가 피투성이가 된 채 흙바닥을 구르고 있었더랍니다. 사내의 어린 딸은 멱살을 잡은 채 몽둥이를 휘두르는 건장한 장정들 앞에서 그저 목놓아 울부짖을 뿐이었지요.길바닥에 던져진 은자 백 냥때는 조선 인조 임금 시절, 마포나루 근처 삼개골에는 이지함의 후손이라 자처하는 선비 이윤호가 살고 있었습니다. 허름한 도포에 갓마저 올이 풀려 남루하기 짝이 없었으나, 이 선비의 눈빛만은 맑은 샘물처럼 형형했지요. 그는 과거 공부보다는 천하의 이치와 백성들의 곤궁한 삶을 보살피는 데 뜻을 둔 인물이었습니다.그날도 이 선비는 가난한 이웃에게 나눠줄 ..

조선야담 13:53:42

눈먼 어미 약값에 팔려간 나무꾼 소년이 삼정승 댁 제사상에서 살아 돌아온 까닭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어둑어둑 땅거미가 질 무렵, 한양으로 통하는 문경새재 주막거리 바닥에 열네 살 배기 소년이 풀썩 무릎을 꿇었더랍니다. 흙먼지투성이인 손에는 깨진 사기그릇과 말라비틀어진 칡뿌리 세 토막이 쥐어져 있었지요. 지나가던 행인들이 혀를 끌끌 차며 동전 한 푼을 던져주려 하자, 아이는 그 돈을 마다하고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목놓아 울부짖었습니다."나리들, 적선은 필요 없습니다! 제 몸뚱이를 팔 테니 부디 한양 명의에게 보일 은 스무 냥만 빌려주십시오!"삼천 리 길을 나선 지게꾼때는 조선 숙종 18년, 충청도 제천 땅에 살던 박달이라는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달이는 일찍이 아비를 여의고,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어미와 단둘이 숯을 굽고 나물을 뜯어 겨우 입에 풀칠을 해왔지요. 그런데 그해 ..

감동·효도 13:39:15

목숨을 건져준 은인을 관아에 밀고한 주막 주인의 피 묻은 외상장부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충청도 옥천 땅, 험준하기로 소문난 마성산 자락에 자리 잡은 묵은골 주막.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 늦은 밤, 포졸 십여 명이 횃불을 밝히며 주막 문을 박차고 들이닥쳤더랍니다.방 안에서 피곤에 지쳐 잠들어 있던 사내의 양팔이 순식간에 꺾였습니다. 포교가 사내의 멱살을 잡고 거칠게 흔들었지요. 사내의 이름은 조승호,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향하던 몰락 양반 가문의 선비였습니다.은혜를 품고 찾아온 길손때는 숙종 임금 시절이었습니다. 조승호는 타고난 성품이 곧고 바른 선비였으나, 집안이 기울어 품삯을 모아 겨우 한양 길에 올랐지요. 그가 일부러 험한 고갯길을 돌아 묵은골 주막을 찾은 까닭은 따로 있었더랍니다.주막 주인 박칠복은 삼 년 전, 추운 겨울날 길가에 쓰러져 얼어 죽어가던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