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 5

호랑이 덫에 제 발로 걸려든 나그네가 하룻밤 새 목숨을 건진 곡절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달그락, 덜컥!"시퍼런 쇠날이 맞부딪치며 뼈를 으스러뜨리는 소리가 칠흑 같은 어둠을 찢어발겼습니다. 비명이 터져 나올 법도 하건만, 깊은 산중에 갇힌 사내는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삼켰더랍니다.사내의 다리를 억센 이빨처럼 물고 늘어진 것은 짐승의 뼈마디도 단숨에 끊어낸다는 맹호박(猛虎縛), 즉 쇠로 만든 대형 호랑이 덫이었습니다.눈먼 길 위의 몰락 양반때는 숙종 대, 강원도 삼척 땅의 깊고 험한 쉰움산 자락이었습니다. 덫에 걸려 피를 흘리는 사내는 한양에 살던 몰락 양반 한진우였지요.본래 심성이 우직하고 남을 속일 줄 모르는 진우는 노모의 약값을 구하려 삼척의 먼 친척에게 돈을 빌리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해가 서산 너머로 뚝 떨어지고 진눈깨비까지 흩날리자, 그만 호랑이가..

조선야담 13:13:48

엄동설한 얼어붙은 강바닥에서 붉은 비늘 잉어가 솟구친 까닭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동짓달 칼바람이 살갗을 베어내던 깊은 밤, 꽁꽁 얼어붙은 남한강 한가운데에 한 젊은이가 엎드려 울부짖고 있었더랍니다.도끼로 내리쳐도 하얀 흠집만 날 뿐 깨지지 않는 두꺼운 얼음판 위로, 소년의 피 묻은 손가락이 붉은 자국을 길게 남기고 있었지요.기운 가문의 외아들과 병든 어머니숙종 임금 시절, 충청도 충주목 달천 강가에는 박진우라는 가난한 서생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더랍니다.진우는 성품이 유순하고 효성이 지극하여 동네에서도 칭찬이 자자했으나, 가세가 몹시 기울어 끼니조차 잇기 어려웠지요.그의 어머니는 해를 넘기기 힘들 만큼 모진 온역을 앓아 자리에 누웠는데, 숨이 턱에 닿아 가냘프게 읊조렸습니다."진우야… 내 목구멍으로 넘어갈 것은 오직 싱싱한 잉어 탕 한 그릇뿐이구나. 하..

감동·효도 12:41:19

탐욕스런 지주가 빼앗은 기름진 옥토에서 드러난 참혹한 백골의 비밀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달도 숨어버린 그믐밤, 황해도 봉산 땅의 한 논바닥에서 서슬 퍼런 쇠스랑이 흙을 가르는 소리가 사납게 울려 퍼졌더랍니다."조금만 더 깊이 파보거라! 이 기름진 땅속에 물길만 새로 내면 올가을엔 쌀이 수백 섬은 쏟아질 터이니!"피눈물로 빼앗은 기름진 땅숙종 임금 시절, 봉산 고을에는 소문난 구두쇠 지주 배만복이 살고 있었지요. 배만복은 제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면 이웃의 피고름을 짜내는 일도 서슴지 않는 모진 위인이었습니다. 그의 눈독이 닿은 곳은 마을의 가난한 소작농 강돌쇠가 대대로 피땀 흘려 일군 닷 마지기 논, 이른바 '문전옥답'이었습니다.강돌쇠는 말문이 막히고 몸이 성치 않은 홀어머니를 모시며 그저 땅만 바라보고 사는 순박한 사내였지요. 그의 유일한 바람은 어머니께 따뜻한..

하룻밤 묵어간 나그네가 두고 간 낡은 부채, 이튿날 사또가 사색이 된 까닭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정조 임금 때, 충청도 어느 산골 마을에 비바람이 몰아치던 밤이었더랍니다."계시오? 길 잃은 사람이오. 하룻밤만 재워 주시오."허름한 도포에 다 해진 갓을 쓴 사내가 사립문을 두드렸지요. 그 집은 남편을 잃고 열 살 난 아들 돌쇠와 단둘이 사는 과부 윤씨의 초가였습니다.비바람 치던 밤의 손님사실 사내는 그 전에 마을에서 제일 큰 기와집부터 찾아갔었습니다. 최 진사 댁이었지요. 대문을 열고 나온 최 진사는 사내의 행색을 훑어보더니 침을 탁 뱉었습니다."거지 같은 놈이 어디서 재워 달라 해? 썩 꺼지거라!"그렇게 쫓겨난 사내가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윤씨네 초가였던 것이지요.윤씨는 쌀독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남은 것은 쌀 한 줌. 내일 아침 돌쇠에게 먹일 몫이었습니다. 윤씨는 잠시 ..

눈먼 점쟁이의 쌈짓돈을 빼앗은 뱃사공, 사흘 뒤 장터 점괘 앞에서 무릎 꿇은 까닭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영조 임금 때, 전라도 어느 강가 나루터에 짙은 안개가 내려앉은 새벽이었더랍니다.지팡이를 짚은 눈먼 점쟁이 박 봉사가 나룻배에 올랐습니다. 품에는 삼십 년 동안 점을 봐 주며 한 푼 두 푼 모은 엽전 서른 냥이 든 쌈지가 있었지요. 다음 달 시집가는 외동딸 혼수에 쓸 돈이었습니다.강 한가운데에서 생긴 일배가 강 한가운데에 이르자 뱃사공 강쇠가 노를 멈췄습니다."영감, 그 품에 든 게 뭐요? 짤랑짤랑 소리가 요란하구려.""딸아이 혼숫감 살 돈이오. 어서 건네주시구려."강쇠는 대답 대신 박 봉사의 품에서 쌈지를 낚아챘습니다. 박 봉사가 그 손목을 붙잡는 순간, 손가락 끝에 차가운 쇠가락지가 걸렸지요. 그리고 손등에 굵은 흉터 자국이 만져졌습니다."이놈! 하늘이 다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