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야담 3

호랑이 덫에 제 발로 걸려든 나그네가 하룻밤 새 목숨을 건진 곡절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달그락, 덜컥!"시퍼런 쇠날이 맞부딪치며 뼈를 으스러뜨리는 소리가 칠흑 같은 어둠을 찢어발겼습니다. 비명이 터져 나올 법도 하건만, 깊은 산중에 갇힌 사내는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삼켰더랍니다.사내의 다리를 억센 이빨처럼 물고 늘어진 것은 짐승의 뼈마디도 단숨에 끊어낸다는 맹호박(猛虎縛), 즉 쇠로 만든 대형 호랑이 덫이었습니다.눈먼 길 위의 몰락 양반때는 숙종 대, 강원도 삼척 땅의 깊고 험한 쉰움산 자락이었습니다. 덫에 걸려 피를 흘리는 사내는 한양에 살던 몰락 양반 한진우였지요.본래 심성이 우직하고 남을 속일 줄 모르는 진우는 노모의 약값을 구하려 삼척의 먼 친척에게 돈을 빌리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해가 서산 너머로 뚝 떨어지고 진눈깨비까지 흩날리자, 그만 호랑이가..

조선야담 13:13:48

재상 집 쌀 삼백 석을 훔친 자가 포도청 뜰에서 호통을 친 까닭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어둠이 짙게 깔린 한양 북촌, 높다란 솟을대문 안쪽에서 별안간 묵직한 자물쇠 부서지는 소리가 났더랍니다. "도둑이야! 곳간 문이 열렸다!" 야경꾼의 다급한 꽹과리 소리가 고요한 밤공기를 찢어발겼지만, 이미 커다란 그림자 여럿이 쌀가마니를 짊어지고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지요.그 밤, 조정의 실세라 불리던 좌의정 윤창호의 사가에서 무려 삼백 석이나 되는 쌀과 은화 천 냥이 털렸습니다. 기이하게도 털린 곳간 벽에는 붉은 먹으로 큼지막한 참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그림이 버젓이 남겨져 있었지요.어둠 속을 나는 참새이 신출귀몰한 도둑의 우두머리는 저잣거리에서 '참새'라 불리는 사내, 배동출이었습니다. 동출은 본래 함경도 변방의 군관 출신이었으나, 부패한 상관의 모함으로 쫓겨난 뒤 도탄에 ..

조선야담 13:03:53

얼어붙은 개천의 노비 아이를 양자로 들인 판서 대감이 남긴 기이한 유언장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숙종 시절, 충청도 공주 고을의 한겨울 칼바람은 살을 에는 듯 매서웠더랍니다. 꽁꽁 얼어붙은 개천가 다리 밑에서 가마마저 멈춰 세운 이는 당대 명망 높은 예조판서 윤정협 대감이었지요. 거적때기 하나 걸치지 못하고 파랗게 질려 숨만 간신히 붙어 있던 열 살배기 사내아이를 안아 든 대감은 자신의 털도포를 벗어 아이를 꽁꽁 싸맸습니다."이름이 무엇이냐?""…이름은 없고, 그저 칠성(七星)이라 불렀구만유."아이의 품에는 흙탕물에 찌든 나무 비녀 반 토막만이 쥐여 있었고, 뼈만 앙상한 등짝에는 끔찍한 인두 자국이 선명했더랍니다.다리 밑 거지 아이와 자애로운 판서 대감윤 대감은 대대로 뼈대 있는 사대부 가문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슬하에 자식이 없었지요. 대감은 칠성이의 몸을 씻기고 새 옷..

조선야담 11:5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