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야담 2

서대문 밖 빗속에서 곡하던 처녀 귀신과 비단 장수가 품고 달아난 붉은 주머니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대비 사이로 묘한 곡소리가 도성 서쪽을 흔들었더랍니다. 눅눅한 흙먼지가 피비린내와 뒤섞여 올라오던 영조 28년 유월의 그믐밤, 굳게 닫힌 돈의문 밖 돌담 아래에는 젖은 소복을 입은 여인의 그림자가 어김없이 어른거렸지요.그 길목을 지나는 길손마다 헛것을 보았다며 사지가 뒤틀려 쓰러지기 일쑤였는데, 귀신을 마주한 자들의 입에선 한결같이 "붉은 댕기를 쥔 손이 목을 조른다"는 비명만 터져 나왔습니다.서대문 밖 주막의 수상한 손님들한양포도청의 참모포교 배도현은 무뚝뚝하지만 억울한 사정을 보면 제 밥상도 엎고 나서는 대쪽 같은 성품이었지요. 그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도성 백성들이 억울한 누명 없이 다리 뻗고 자는 평온한 세상뿐이었습니다. 빗줄기가 처마를 뚫을 ..

기담·괴담 13:23:16

탐욕스런 지주가 빼앗은 기름진 옥토에서 드러난 참혹한 백골의 비밀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달도 숨어버린 그믐밤, 황해도 봉산 땅의 한 논바닥에서 서슬 퍼런 쇠스랑이 흙을 가르는 소리가 사납게 울려 퍼졌더랍니다."조금만 더 깊이 파보거라! 이 기름진 땅속에 물길만 새로 내면 올가을엔 쌀이 수백 섬은 쏟아질 터이니!"피눈물로 빼앗은 기름진 땅숙종 임금 시절, 봉산 고을에는 소문난 구두쇠 지주 배만복이 살고 있었지요. 배만복은 제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면 이웃의 피고름을 짜내는 일도 서슴지 않는 모진 위인이었습니다. 그의 눈독이 닿은 곳은 마을의 가난한 소작농 강돌쇠가 대대로 피땀 흘려 일군 닷 마지기 논, 이른바 '문전옥답'이었습니다.강돌쇠는 말문이 막히고 몸이 성치 않은 홀어머니를 모시며 그저 땅만 바라보고 사는 순박한 사내였지요. 그의 유일한 바람은 어머니께 따뜻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