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3

길바닥에서 주운 엽전 세 닢을 삼켰다가 만석꾼의 곳간을 모조리 털어버린 소작농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늦가을 해질녘, 황해도 곡산 관아 앞마당에 피투성이가 된 사내가 멍석 위에 내동댕이쳐졌습니다.입가에는 시커먼 피와 진흙이 뒤엉켜 있었고, 그를 둘러싼 포졸들은 잔뜩 겁에 질린 눈으로 사내의 불룩한 배를 내려다보고 있었지요.진흙탕에서 건진 놋쇠 조각숙종 삼십이년, 황해도 곡산 땅에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가난한 소작농 박칠복이 살고 있었습니다.칠복은 성품이 우직하고 순진하여 남을 속일 줄 몰랐으나, 늙은 홀어머니의 기침병을 고칠 약 한 첩 살 돈이 없어 늘 가슴을 쥐어뜯었지요.칠복이 부치는 논밭의 주인은 고을에서 소문난 만석꾼 배 진사였습니다.배 진사는 백성들의 피땀을 쥐어짜 피도 눈물도 없이 곳간을 채우는 것으로 악명이 자자한 자였지요.어느 날 칠복은..

맹인 아비의 피리 소리를 쫓던 사내가 만석꾼 대감의 곳간에서 마주한 기이한 진실

▶ 유튜브 채널 「조선시대야담」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조선시대야담조선시대 실화처럼 전해 내려오는 야담(野談)을 생생한 목소리와 그림으로 들려드립니다.YouTube 채널 바로가기 ▶숙종 삼십 년, 늦가을 칼바람이 몰아치던 충청도 옥천 장터의 주막거리였습니다. 낡은 짚신에 해진 무명옷을 걸친 한 사내가 묵직한 거문고를 무릎에 얹고 목청을 뽑아내기 시작했지요."달아 달아 밝은 달아, 놋쇠 방울 소리 따라간 우리 아버지는 어디 계시느냐."사내의 구슬픈 노랫소리가 장바닥에 흩뿌려지자, 지나치던 장돌뱅이들도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습니다.노래하는 광대와 사라진 아비사내의 이름은 길손이라 불리던 박달수였습니다. 본디 경상도 문경의 가난한 소작농 아들이었으나, 열 살 되던 해 앞을 보지 못하던 아비 박 노..

조선야담 2026.10.19

정승의 낡은 짚신 한 켤레가 탐욕스러운 거상의 곳간을 열어젖힌 사연

▶ 유튜브 채널 「조선시대야담방」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조선시대야담방YouTube 채널 바로가기 ▶왜란이 휩쓸고 간 삼남의 길목에는 풀뿌리마저 마르고 사람 뼈가 뒹굴었더랍니다. 흙탕물로 배를 채우던 백성들의 목구멍을 태우는 것은 굶주림만이 아니었으니, 다름 아닌 한 줌의 소금이 없어서 온몸이 퉁퉁 붓고 썩어 들어가는 생지옥이었지요.그런 생지옥 한가운데로, 정일품 영의정의 벼슬을 지낸 서애 유성룡 대감이 흙먼지투성이 누더기를 걸치고 홀로 나귀도 없이 터덜터덜 걸어 들어왔더랍니다.마른논에 소금 비를 기다리듯선조 27년의 봄, 경상도 안동 길목의 풍산포는 소금 한 되가 쌀 열 말과 맞먹을 만큼 귀한 몸이 되어 있었지요. 소금을 쥐고 흔드는 자는 포구의 거상인 배만득이라는 장사치였는데, 왜적이 물러가..

인물야담 202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