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4 3

하룻밤 묵어간 나그네가 두고 간 낡은 부채, 이튿날 사또가 사색이 된 까닭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정조 임금 때, 충청도 어느 산골 마을에 비바람이 몰아치던 밤이었더랍니다."계시오? 길 잃은 사람이오. 하룻밤만 재워 주시오."허름한 도포에 다 해진 갓을 쓴 사내가 사립문을 두드렸지요. 그 집은 남편을 잃고 열 살 난 아들 돌쇠와 단둘이 사는 과부 윤씨의 초가였습니다.비바람 치던 밤의 손님사실 사내는 그 전에 마을에서 제일 큰 기와집부터 찾아갔었습니다. 최 진사 댁이었지요. 대문을 열고 나온 최 진사는 사내의 행색을 훑어보더니 침을 탁 뱉었습니다."거지 같은 놈이 어디서 재워 달라 해? 썩 꺼지거라!"그렇게 쫓겨난 사내가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윤씨네 초가였던 것이지요.윤씨는 쌀독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남은 것은 쌀 한 줌. 내일 아침 돌쇠에게 먹일 몫이었습니다. 윤씨는 잠시 ..

곳간 앞 거지를 내쫓던 인색한 부자가 불난 밤 그 거지에게 큰절을 올린 까닭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숙종 임금 때, 경상도 어느 고을에 흉년이 들어 굶어 죽는 사람이 늘어나던 해였더랍니다.고을에서 제일가는 부자 황 부자의 곳간에는 쌀가마가 천장까지 쌓여 있었지요. 그런데도 황 부자는 쌀값이 더 오르기만 기다리며 곳간 문을 꽁꽁 걸어 잠갔습니다.그 곳간 담 밑에는 날마다 누더기를 걸친 늙은 거지 하나가 앉아 있었습니다.곳간 담 밑의 늙은 거지"나리, 쉰밥이라도 한 술 주시구려."거지가 손을 내밀자 황 부자는 지팡이로 그 손을 탁 쳐 냈습니다."내 곳간 앞에서 재수 없게 굴지 말고 썩 꺼지거라!"거지는 맞은 손을 문지르며 곳간 쪽을 한참 바라보더니 나직이 말했습니다."곳간이 가득하면 지키는 눈도 많아야 하는 법이오. 사흘 안에 저 곳간에 불이 날 게요.""뭐라? 이놈이 저주를 ..

눈먼 점쟁이의 쌈짓돈을 빼앗은 뱃사공, 사흘 뒤 장터 점괘 앞에서 무릎 꿇은 까닭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영조 임금 때, 전라도 어느 강가 나루터에 짙은 안개가 내려앉은 새벽이었더랍니다.지팡이를 짚은 눈먼 점쟁이 박 봉사가 나룻배에 올랐습니다. 품에는 삼십 년 동안 점을 봐 주며 한 푼 두 푼 모은 엽전 서른 냥이 든 쌈지가 있었지요. 다음 달 시집가는 외동딸 혼수에 쓸 돈이었습니다.강 한가운데에서 생긴 일배가 강 한가운데에 이르자 뱃사공 강쇠가 노를 멈췄습니다."영감, 그 품에 든 게 뭐요? 짤랑짤랑 소리가 요란하구려.""딸아이 혼숫감 살 돈이오. 어서 건네주시구려."강쇠는 대답 대신 박 봉사의 품에서 쌈지를 낚아챘습니다. 박 봉사가 그 손목을 붙잡는 순간, 손가락 끝에 차가운 쇠가락지가 걸렸지요. 그리고 손등에 굵은 흉터 자국이 만져졌습니다."이놈! 하늘이 다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