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5 14

눈먼 시어머니의 눈물겨운 탕약과 밤마다 험한 고개를 넘던 며느리의 은비녀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달빛도 숨어버린 그믐밤, 강원도 삼척 고을의 험준한 산수재 너머로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이 그림자처럼 스러져 가고 있었더랍니다. 가파른 바윗길을 맨발에 짚신 한 짝으로 버티며 피를 흘리면서도, 여인의 품에는 작고 낡은 사기호롱 하나가 소중하게 안겨 있었지요.마을 사람들은 밤마다 산수를 넘는 이 여인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삼 년 전 남편을 잃고 눈까지 멀어버린 시어머니를 모시는 청상과부 은실이었는데, 밤마다 넋이 나간 듯 산을 오르내리니 여우에 홀렸다는 흉흉한 소문마저 돌았더랍니다.피 묻은 버선발과 밤안개때는 조선 숙종 임금 시절, 첩첩산중 삼척도호부 묵호포 인근의 산골 마을이었습니다. 은실은 가난한 화전민의 딸로 태어나 천성이 온유하고 효심이 깊었으나, 혼인한 지 반년..

감동·효도 12:21:26

탐욕스런 지주가 빼앗은 기름진 옥토에서 드러난 참혹한 백골의 비밀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달도 숨어버린 그믐밤, 황해도 봉산 땅의 한 논바닥에서 서슬 퍼런 쇠스랑이 흙을 가르는 소리가 사납게 울려 퍼졌더랍니다."조금만 더 깊이 파보거라! 이 기름진 땅속에 물길만 새로 내면 올가을엔 쌀이 수백 섬은 쏟아질 터이니!"피눈물로 빼앗은 기름진 땅숙종 임금 시절, 봉산 고을에는 소문난 구두쇠 지주 배만복이 살고 있었지요. 배만복은 제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면 이웃의 피고름을 짜내는 일도 서슴지 않는 모진 위인이었습니다. 그의 눈독이 닿은 곳은 마을의 가난한 소작농 강돌쇠가 대대로 피땀 흘려 일군 닷 마지기 논, 이른바 '문전옥답'이었습니다.강돌쇠는 말문이 막히고 몸이 성치 않은 홀어머니를 모시며 그저 땅만 바라보고 사는 순박한 사내였지요. 그의 유일한 바람은 어머니께 따뜻한..

얼어붙은 개천의 노비 아이를 양자로 들인 판서 대감이 남긴 기이한 유언장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숙종 시절, 충청도 공주 고을의 한겨울 칼바람은 살을 에는 듯 매서웠더랍니다. 꽁꽁 얼어붙은 개천가 다리 밑에서 가마마저 멈춰 세운 이는 당대 명망 높은 예조판서 윤정협 대감이었지요. 거적때기 하나 걸치지 못하고 파랗게 질려 숨만 간신히 붙어 있던 열 살배기 사내아이를 안아 든 대감은 자신의 털도포를 벗어 아이를 꽁꽁 싸맸습니다."이름이 무엇이냐?""…이름은 없고, 그저 칠성(七星)이라 불렀구만유."아이의 품에는 흙탕물에 찌든 나무 비녀 반 토막만이 쥐여 있었고, 뼈만 앙상한 등짝에는 끔찍한 인두 자국이 선명했더랍니다.다리 밑 거지 아이와 자애로운 판서 대감윤 대감은 대대로 뼈대 있는 사대부 가문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슬하에 자식이 없었지요. 대감은 칠성이의 몸을 씻기고 새 옷..

조선야담 11:55:53

천석꾼 사돈을 내쫓고 기와집을 가로챈 욕심쟁이가 마주한 눈먼 걸인 어사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숙종 대왕 시절, 충청도 홍주 땅의 소문난 부자 배진사네 대문 앞에는 매일 아침 피비린내 나는 닭 모가지가 걸려 있곤 했습니다.마을 사람들은 배진사의 탐욕에 한을 품고 죽은 박 훈장의 원혼이 곡을 하는 것이라며 쑥덕거렸지만, 정작 배진사는 코방귀만 뀌며 하인들을 닦달할 뿐이었지요.피로 맺은 사돈의 맹세홍주 읍내에서 서당을 열던 박 훈장 박문규는 본래 성품이 올곧고 재산도 넉넉한 천석꾼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장차 가문을 이을 총명한 외아들 박진우가 있었지요. 반면 같은 고을의 배만복은 노름과 흉년으로 가산이 거덜 나 당장 길거리에 나앉을 처지였습니다.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죽마고우였던 터라, 박 훈장은 차마 배만복의 파멸을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박 훈장은 제 논밭 절반을 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