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 2

달밤 폐가에 숨어든 가난한 선비와 은비녀를 품은 천년 묵은 여우의 최후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달빛조차 푸르스름하게 얼어붙은 야심한 밤이었습니다. 인적 끊긴 산골짝 한구석, 잡초가 무성한 폐가 안으로 피비린내 섞인 찬 바람이 훅 끼쳐 들었지요.흙먼지가 자욱한 마루에 주저앉아 헐떡이던 젊은 선비는 마당 한가운데에 서서히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보고 그만 숨을 턱 멈추고 말았더랍니다.추풍령 고갯길의 비바람때는 조선 인조 임금 시절, 충청도 영동 땅 추풍령 자락이었지요.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남양 홍씨 집안의 몰락한 유생 홍도령, 홍기석은 성품이 곧고 우직하여 남의 것을 탐할 줄 모르는 선비였습니다. 허나 손에 쥔 노자라고는 엽전 닷 냥과 어머니가 장가가거든 며느리에게 건네라며 쥐여 준 낡은 '벽조목(벼락 맞은 대추나무) 은비녀' 하나뿐이었지요.날이 저물자 별안간 하늘이 ..

기담·괴담 13:34:42

낡은 짚신을 신은 선비와 과거 시험장에 나타난 푸른 도포의 원혼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어스름한 새벽안개가 한양 성균관 마당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더랍니다. 춘당대 과거 시험장 한구석, 백 촉의 촛불이 일제히 일렁이더니 삭풍도 없는 허공에서 서늘한 입김이 훅 하고 피어올랐지요. 시제(試題)가 적힌 현판 아래 웅크린 선비들 틈으로, 발이 땅에 닿지 않은 푸른 도포의 그림자가 소리 없이 스며들었습니다.곰팡내 나는 봇짐과 썩은 짚신선조 임금 시절, 경상도 안동 산골짝에는 이름 석 자조차 가난에 찌든 조영석이라는 가난한 선비가 살았더랍니다. 홀어머니가 베를 짜서 겨우 마련해 준 노잣돈을 품에 쥐고 한양까지 걸어오느라 영석의 짚신은 밑창이 다 닳아 피고름이 엉겨 붙어 있었지요. 글재주는 비단결처럼 빼어났으나, 주머니엔 마른 좁쌀 반 됫박뿐인 처량한 몰골이었습니다."과거장..

기담·괴담 12:5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