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인과응보 5

탐욕스런 지주가 빼앗은 기름진 옥토에서 드러난 참혹한 백골의 비밀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달도 숨어버린 그믐밤, 황해도 봉산 땅의 한 논바닥에서 서슬 퍼런 쇠스랑이 흙을 가르는 소리가 사납게 울려 퍼졌더랍니다."조금만 더 깊이 파보거라! 이 기름진 땅속에 물길만 새로 내면 올가을엔 쌀이 수백 섬은 쏟아질 터이니!"피눈물로 빼앗은 기름진 땅숙종 임금 시절, 봉산 고을에는 소문난 구두쇠 지주 배만복이 살고 있었지요. 배만복은 제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면 이웃의 피고름을 짜내는 일도 서슴지 않는 모진 위인이었습니다. 그의 눈독이 닿은 곳은 마을의 가난한 소작농 강돌쇠가 대대로 피땀 흘려 일군 닷 마지기 논, 이른바 '문전옥답'이었습니다.강돌쇠는 말문이 막히고 몸이 성치 않은 홀어머니를 모시며 그저 땅만 바라보고 사는 순박한 사내였지요. 그의 유일한 바람은 어머니께 따뜻한..

천석꾼 사돈을 내쫓고 기와집을 가로챈 욕심쟁이가 마주한 눈먼 걸인 어사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숙종 대왕 시절, 충청도 홍주 땅의 소문난 부자 배진사네 대문 앞에는 매일 아침 피비린내 나는 닭 모가지가 걸려 있곤 했습니다.마을 사람들은 배진사의 탐욕에 한을 품고 죽은 박 훈장의 원혼이 곡을 하는 것이라며 쑥덕거렸지만, 정작 배진사는 코방귀만 뀌며 하인들을 닦달할 뿐이었지요.피로 맺은 사돈의 맹세홍주 읍내에서 서당을 열던 박 훈장 박문규는 본래 성품이 올곧고 재산도 넉넉한 천석꾼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장차 가문을 이을 총명한 외아들 박진우가 있었지요. 반면 같은 고을의 배만복은 노름과 흉년으로 가산이 거덜 나 당장 길거리에 나앉을 처지였습니다.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죽마고우였던 터라, 박 훈장은 차마 배만복의 파멸을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박 훈장은 제 논밭 절반을 떼어..

하룻밤 묵어간 나그네가 두고 간 낡은 부채, 이튿날 사또가 사색이 된 까닭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정조 임금 때, 충청도 어느 산골 마을에 비바람이 몰아치던 밤이었더랍니다."계시오? 길 잃은 사람이오. 하룻밤만 재워 주시오."허름한 도포에 다 해진 갓을 쓴 사내가 사립문을 두드렸지요. 그 집은 남편을 잃고 열 살 난 아들 돌쇠와 단둘이 사는 과부 윤씨의 초가였습니다.비바람 치던 밤의 손님사실 사내는 그 전에 마을에서 제일 큰 기와집부터 찾아갔었습니다. 최 진사 댁이었지요. 대문을 열고 나온 최 진사는 사내의 행색을 훑어보더니 침을 탁 뱉었습니다."거지 같은 놈이 어디서 재워 달라 해? 썩 꺼지거라!"그렇게 쫓겨난 사내가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윤씨네 초가였던 것이지요.윤씨는 쌀독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남은 것은 쌀 한 줌. 내일 아침 돌쇠에게 먹일 몫이었습니다. 윤씨는 잠시 ..

곳간 앞 거지를 내쫓던 인색한 부자가 불난 밤 그 거지에게 큰절을 올린 까닭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숙종 임금 때, 경상도 어느 고을에 흉년이 들어 굶어 죽는 사람이 늘어나던 해였더랍니다.고을에서 제일가는 부자 황 부자의 곳간에는 쌀가마가 천장까지 쌓여 있었지요. 그런데도 황 부자는 쌀값이 더 오르기만 기다리며 곳간 문을 꽁꽁 걸어 잠갔습니다.그 곳간 담 밑에는 날마다 누더기를 걸친 늙은 거지 하나가 앉아 있었습니다.곳간 담 밑의 늙은 거지"나리, 쉰밥이라도 한 술 주시구려."거지가 손을 내밀자 황 부자는 지팡이로 그 손을 탁 쳐 냈습니다."내 곳간 앞에서 재수 없게 굴지 말고 썩 꺼지거라!"거지는 맞은 손을 문지르며 곳간 쪽을 한참 바라보더니 나직이 말했습니다."곳간이 가득하면 지키는 눈도 많아야 하는 법이오. 사흘 안에 저 곳간에 불이 날 게요.""뭐라? 이놈이 저주를 ..

눈먼 점쟁이의 쌈짓돈을 빼앗은 뱃사공, 사흘 뒤 장터 점괘 앞에서 무릎 꿇은 까닭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영조 임금 때, 전라도 어느 강가 나루터에 짙은 안개가 내려앉은 새벽이었더랍니다.지팡이를 짚은 눈먼 점쟁이 박 봉사가 나룻배에 올랐습니다. 품에는 삼십 년 동안 점을 봐 주며 한 푼 두 푼 모은 엽전 서른 냥이 든 쌈지가 있었지요. 다음 달 시집가는 외동딸 혼수에 쓸 돈이었습니다.강 한가운데에서 생긴 일배가 강 한가운데에 이르자 뱃사공 강쇠가 노를 멈췄습니다."영감, 그 품에 든 게 뭐요? 짤랑짤랑 소리가 요란하구려.""딸아이 혼숫감 살 돈이오. 어서 건네주시구려."강쇠는 대답 대신 박 봉사의 품에서 쌈지를 낚아챘습니다. 박 봉사가 그 손목을 붙잡는 순간, 손가락 끝에 차가운 쇠가락지가 걸렸지요. 그리고 손등에 굵은 흉터 자국이 만져졌습니다."이놈! 하늘이 다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