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3

궁궐 지붕을 뚫은 붉은 지네의 꿈으로 역적의 은밀한 독살을 막아낸 야경꾼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사방이 꽉 막힌 구중궁궐 한가운데서 용상이 피를 토하고 무너지는데, 어찌 네놈 같은 일개 야경꾼이 그 흉조를 미리 보았단 말이냐!"의금부 앞뜰 차디찬 박석 위에 붉은 피가 흥건하게 튀었더랍니다. 쇠사슬에 꽁꽁 묶여 엎드린 사내의 등짝 위로 매서운 형장이 사정없이 내리꽂히고 있었지요.어둠을 깨우는 순라꾼의 기이한 잠꼬대때는 조선 인조 임금 시절, 한양 도성의 밤은 그 어느 때보다 음산하고 뒤숭숭했더랍니다. 도성의 야간 통행을 감시하고 순찰을 도는 경수소의 말단 야경꾼 배칠복은 본래 천성이 우직하고 잠귀가 밝은 사내였지요. 칠복의 소원은 그저 늙은 홀어머니에게 흰쌀밥 한 번 배불리 대접하고 무탈하게 늙어가는 것뿐이었답니다.그런 칠복이 어느 날 밤, 야경을 서다 깜빡 든 선잠 속에..

기담·괴담 13:46:24

달밤 폐가에 숨어든 가난한 선비와 은비녀를 품은 천년 묵은 여우의 최후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달빛조차 푸르스름하게 얼어붙은 야심한 밤이었습니다. 인적 끊긴 산골짝 한구석, 잡초가 무성한 폐가 안으로 피비린내 섞인 찬 바람이 훅 끼쳐 들었지요.흙먼지가 자욱한 마루에 주저앉아 헐떡이던 젊은 선비는 마당 한가운데에 서서히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보고 그만 숨을 턱 멈추고 말았더랍니다.추풍령 고갯길의 비바람때는 조선 인조 임금 시절, 충청도 영동 땅 추풍령 자락이었지요.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남양 홍씨 집안의 몰락한 유생 홍도령, 홍기석은 성품이 곧고 우직하여 남의 것을 탐할 줄 모르는 선비였습니다. 허나 손에 쥔 노자라고는 엽전 닷 냥과 어머니가 장가가거든 며느리에게 건네라며 쥐여 준 낡은 '벽조목(벼락 맞은 대추나무) 은비녀' 하나뿐이었지요.날이 저물자 별안간 하늘이 ..

기담·괴담 13:34:42

재상 집 쌀 삼백 석을 훔친 자가 포도청 뜰에서 호통을 친 까닭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어둠이 짙게 깔린 한양 북촌, 높다란 솟을대문 안쪽에서 별안간 묵직한 자물쇠 부서지는 소리가 났더랍니다. "도둑이야! 곳간 문이 열렸다!" 야경꾼의 다급한 꽹과리 소리가 고요한 밤공기를 찢어발겼지만, 이미 커다란 그림자 여럿이 쌀가마니를 짊어지고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지요.그 밤, 조정의 실세라 불리던 좌의정 윤창호의 사가에서 무려 삼백 석이나 되는 쌀과 은화 천 냥이 털렸습니다. 기이하게도 털린 곳간 벽에는 붉은 먹으로 큼지막한 참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그림이 버젓이 남겨져 있었지요.어둠 속을 나는 참새이 신출귀몰한 도둑의 우두머리는 저잣거리에서 '참새'라 불리는 사내, 배동출이었습니다. 동출은 본래 함경도 변방의 군관 출신이었으나, 부패한 상관의 모함으로 쫓겨난 뒤 도탄에 ..

조선야담 13:0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