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징악 3

천석꾼 사돈을 내쫓고 기와집을 가로챈 욕심쟁이가 마주한 눈먼 걸인 어사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숙종 대왕 시절, 충청도 홍주 땅의 소문난 부자 배진사네 대문 앞에는 매일 아침 피비린내 나는 닭 모가지가 걸려 있곤 했습니다.마을 사람들은 배진사의 탐욕에 한을 품고 죽은 박 훈장의 원혼이 곡을 하는 것이라며 쑥덕거렸지만, 정작 배진사는 코방귀만 뀌며 하인들을 닦달할 뿐이었지요.피로 맺은 사돈의 맹세홍주 읍내에서 서당을 열던 박 훈장 박문규는 본래 성품이 올곧고 재산도 넉넉한 천석꾼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장차 가문을 이을 총명한 외아들 박진우가 있었지요. 반면 같은 고을의 배만복은 노름과 흉년으로 가산이 거덜 나 당장 길거리에 나앉을 처지였습니다.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죽마고우였던 터라, 박 훈장은 차마 배만복의 파멸을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박 훈장은 제 논밭 절반을 떼어..

하룻밤 묵어간 나그네가 두고 간 낡은 부채, 이튿날 사또가 사색이 된 까닭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정조 임금 때, 충청도 어느 산골 마을에 비바람이 몰아치던 밤이었더랍니다."계시오? 길 잃은 사람이오. 하룻밤만 재워 주시오."허름한 도포에 다 해진 갓을 쓴 사내가 사립문을 두드렸지요. 그 집은 남편을 잃고 열 살 난 아들 돌쇠와 단둘이 사는 과부 윤씨의 초가였습니다.비바람 치던 밤의 손님사실 사내는 그 전에 마을에서 제일 큰 기와집부터 찾아갔었습니다. 최 진사 댁이었지요. 대문을 열고 나온 최 진사는 사내의 행색을 훑어보더니 침을 탁 뱉었습니다."거지 같은 놈이 어디서 재워 달라 해? 썩 꺼지거라!"그렇게 쫓겨난 사내가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윤씨네 초가였던 것이지요.윤씨는 쌀독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남은 것은 쌀 한 줌. 내일 아침 돌쇠에게 먹일 몫이었습니다. 윤씨는 잠시 ..

눈먼 점쟁이의 쌈짓돈을 빼앗은 뱃사공, 사흘 뒤 장터 점괘 앞에서 무릎 꿇은 까닭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영조 임금 때, 전라도 어느 강가 나루터에 짙은 안개가 내려앉은 새벽이었더랍니다.지팡이를 짚은 눈먼 점쟁이 박 봉사가 나룻배에 올랐습니다. 품에는 삼십 년 동안 점을 봐 주며 한 푼 두 푼 모은 엽전 서른 냥이 든 쌈지가 있었지요. 다음 달 시집가는 외동딸 혼수에 쓸 돈이었습니다.강 한가운데에서 생긴 일배가 강 한가운데에 이르자 뱃사공 강쇠가 노를 멈췄습니다."영감, 그 품에 든 게 뭐요? 짤랑짤랑 소리가 요란하구려.""딸아이 혼숫감 살 돈이오. 어서 건네주시구려."강쇠는 대답 대신 박 봉사의 품에서 쌈지를 낚아챘습니다. 박 봉사가 그 손목을 붙잡는 순간, 손가락 끝에 차가운 쇠가락지가 걸렸지요. 그리고 손등에 굵은 흉터 자국이 만져졌습니다."이놈! 하늘이 다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