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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상 집 쌀 삼백 석을 훔친 자가 포도청 뜰에서 호통을 친 까닭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어둠이 짙게 깔린 한양 북촌, 높다란 솟을대문 안쪽에서 별안간 묵직한 자물쇠 부서지는 소리가 났더랍니다. "도둑이야! 곳간 문이 열렸다!" 야경꾼의 다급한 꽹과리 소리가 고요한 밤공기를 찢어발겼지만, 이미 커다란 그림자 여럿이 쌀가마니를 짊어지고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지요.그 밤, 조정의 실세라 불리던 좌의정 윤창호의 사가에서 무려 삼백 석이나 되는 쌀과 은화 천 냥이 털렸습니다. 기이하게도 털린 곳간 벽에는 붉은 먹으로 큼지막한 참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그림이 버젓이 남겨져 있었지요.어둠 속을 나는 참새이 신출귀몰한 도둑의 우두머리는 저잣거리에서 '참새'라 불리는 사내, 배동출이었습니다. 동출은 본래 함경도 변방의 군관 출신이었으나, 부패한 상관의 모함으로 쫓겨난 뒤 도탄에 ..

조선야담 13:03:53

낡은 짚신을 신은 선비와 과거 시험장에 나타난 푸른 도포의 원혼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어스름한 새벽안개가 한양 성균관 마당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더랍니다. 춘당대 과거 시험장 한구석, 백 촉의 촛불이 일제히 일렁이더니 삭풍도 없는 허공에서 서늘한 입김이 훅 하고 피어올랐지요. 시제(試題)가 적힌 현판 아래 웅크린 선비들 틈으로, 발이 땅에 닿지 않은 푸른 도포의 그림자가 소리 없이 스며들었습니다.곰팡내 나는 봇짐과 썩은 짚신선조 임금 시절, 경상도 안동 산골짝에는 이름 석 자조차 가난에 찌든 조영석이라는 가난한 선비가 살았더랍니다. 홀어머니가 베를 짜서 겨우 마련해 준 노잣돈을 품에 쥐고 한양까지 걸어오느라 영석의 짚신은 밑창이 다 닳아 피고름이 엉겨 붙어 있었지요. 글재주는 비단결처럼 빼어났으나, 주머니엔 마른 좁쌀 반 됫박뿐인 처량한 몰골이었습니다."과거장..

기담·괴담 12:50:46

엄동설한 얼어붙은 강바닥에서 붉은 비늘 잉어가 솟구친 까닭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동짓달 칼바람이 살갗을 베어내던 깊은 밤, 꽁꽁 얼어붙은 남한강 한가운데에 한 젊은이가 엎드려 울부짖고 있었더랍니다.도끼로 내리쳐도 하얀 흠집만 날 뿐 깨지지 않는 두꺼운 얼음판 위로, 소년의 피 묻은 손가락이 붉은 자국을 길게 남기고 있었지요.기운 가문의 외아들과 병든 어머니숙종 임금 시절, 충청도 충주목 달천 강가에는 박진우라는 가난한 서생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더랍니다.진우는 성품이 유순하고 효성이 지극하여 동네에서도 칭찬이 자자했으나, 가세가 몹시 기울어 끼니조차 잇기 어려웠지요.그의 어머니는 해를 넘기기 힘들 만큼 모진 온역을 앓아 자리에 누웠는데, 숨이 턱에 닿아 가냘프게 읊조렸습니다."진우야… 내 목구멍으로 넘어갈 것은 오직 싱싱한 잉어 탕 한 그릇뿐이구나. 하..

감동·효도 12:4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