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청 3

대감마님의 담을 넘은 밤도둑이 포도청 군관의 멱살을 잡은 까닭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선조 임금 시절, 한양 남산 밑 백사(白沙) 이항복 대감의 사랑채 지붕 위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살금살금 기어들었더랍니다.스산한 초겨울 바람이 문풍지를 흔들던 야심한 밤, 창호지 문틈으로 칼날 같은 비수가 쑥 들어와 문고리를 비틀어 열었지요.서까래 밑에 숨어든 칼잡이방 안에는 기름등잔 하나가 가물거리고 있었고, 백사 대감은 벼루에 먹을 갈며 책장을 넘기던 중이었습니다. 문이 스르륵 열리자 복면을 쓴 건장한 사내가 방 안으로 불쑥 뛰어들었지요. 번쩍이는 칼날이 백사의 목덜미 턱밑까지 바짝 다가섰습니다."소리치면 목숨은 없다. 집안의 패물과 은자(銀子)를 몽땅 내놓아라!"그 도둑의 이름은 최달식이라 하였는데, 본래 관군의 힘센 마부였으나 억울하게 쫓겨나 어두운 뒷골목을 떠돌며 칼..

인물야담 13:57:32

서대문 밖 빗속에서 곡하던 처녀 귀신과 비단 장수가 품고 달아난 붉은 주머니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대비 사이로 묘한 곡소리가 도성 서쪽을 흔들었더랍니다. 눅눅한 흙먼지가 피비린내와 뒤섞여 올라오던 영조 28년 유월의 그믐밤, 굳게 닫힌 돈의문 밖 돌담 아래에는 젖은 소복을 입은 여인의 그림자가 어김없이 어른거렸지요.그 길목을 지나는 길손마다 헛것을 보았다며 사지가 뒤틀려 쓰러지기 일쑤였는데, 귀신을 마주한 자들의 입에선 한결같이 "붉은 댕기를 쥔 손이 목을 조른다"는 비명만 터져 나왔습니다.서대문 밖 주막의 수상한 손님들한양포도청의 참모포교 배도현은 무뚝뚝하지만 억울한 사정을 보면 제 밥상도 엎고 나서는 대쪽 같은 성품이었지요. 그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도성 백성들이 억울한 누명 없이 다리 뻗고 자는 평온한 세상뿐이었습니다. 빗줄기가 처마를 뚫을 ..

기담·괴담 13:23:16

재상 집 쌀 삼백 석을 훔친 자가 포도청 뜰에서 호통을 친 까닭

▶ 영상으로 먼저 만나 보세요어둠이 짙게 깔린 한양 북촌, 높다란 솟을대문 안쪽에서 별안간 묵직한 자물쇠 부서지는 소리가 났더랍니다. "도둑이야! 곳간 문이 열렸다!" 야경꾼의 다급한 꽹과리 소리가 고요한 밤공기를 찢어발겼지만, 이미 커다란 그림자 여럿이 쌀가마니를 짊어지고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지요.그 밤, 조정의 실세라 불리던 좌의정 윤창호의 사가에서 무려 삼백 석이나 되는 쌀과 은화 천 냥이 털렸습니다. 기이하게도 털린 곳간 벽에는 붉은 먹으로 큼지막한 참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그림이 버젓이 남겨져 있었지요.어둠 속을 나는 참새이 신출귀몰한 도둑의 우두머리는 저잣거리에서 '참새'라 불리는 사내, 배동출이었습니다. 동출은 본래 함경도 변방의 군관 출신이었으나, 부패한 상관의 모함으로 쫓겨난 뒤 도탄에 ..

조선야담 13:03:53